감기

아주 지독한 녀석이군-.
코 푼 휴지들이 꽤나 큰 질량감으로 모여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감기에 걸리면,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소중하게도 다가온다.
코로 들어오던 맑은 공기.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애써주던 나의 목.
그리고 나른한 오후,
생각들을 상대하며 산책할 수 있게 날 이끌던 활력.
이번 주말은 이렇게 누워서 보내는구나..
싶다가
당신이 보내온 메세지 두 마디에
이 주말도 향기로와진다.
문득, 당신도 나의 감기일까 한다.
아주 아주 독한 감기.
이 나른한 오후에 원초적 감사를 느끼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