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웠다
너는 겨울보다 먼저 손이 차가워졌습니다.
약은 늘 가방 가장 안쪽에 있었고
아프다는 말은
그보다 조금 더 안쪽에 있었다.
나는 네 손부터 잡았고
너는 괜찮다는 말을 늘 조금 느리게 했다.
네가 나를 감싸 안으면
너의 작은 몸은 나보다도 넓어졌다.
보드라운 네 팔과 숨결 사이에서
추위는 늘 성벽 밖의 일이 되었다.
너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니
나는 그 온기에 끝이 없을 줄 알았다.
너는 웃을 때마다
검은 눈을 반달만큼 남겼고,
나는 그 얇은 어둠을
내 쪽의 우주라고 믿었다.
너는 누구에게나 따뜻했지만
내게만 허락한 세계가 있었다.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그 질서 안에서 안도했었다.
네 작은 주먹에는 나를 때릴 때조차
펴질 자리가 남아 있었다.
화를 내는 동안에도
내 이름만은 네 입안에서
끝내 모서리가 생기지 않았다.
네가 말을 거둔 뒤에도
나는 네 침묵까지
내가 이긴 쪽에 놓아버리고
기어이 한 문장을 더 보탰다.
반달은 눈물에 먼저 풀린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나는 네 눈물 따위
뒤에 둘 수 있는 사람처럼
먼저 길로 내려간다.
내가 흐려놓은 네 눈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나를 향해 오는 차를 본 건지
너는 울면서도 내 소매를 잡아당긴다.
경적이 귀 안쪽을 다시 찢는다.
그제야 심장이 제 소리를 낸다.
나를 미워하는 일과
나를 잃는 일 사이에서
네 주먹은 먼저 펴지고야 만다.
어쩌면 늘.
너는 머리를 묶고 약을 챙겼다.
눈가는 조금 부어 있었고
버스는 제시간에 왔다.
사랑의 대가로도
너는 너를 지불하지 않는 줄만 알았다.
나는 네 온전함을
나에 대한 결손으로만 번역하고 말았다.
내가 네 하루에 남긴 것이
지각 하나도 되지 못했다는
그 무사함이
아주 오래도록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