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

네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어느 정류장에서 내렸는지,
요즘 무엇 때문에 늦게 자는지
나는 모른다.
서로 다른 바람이 오래 불었다.
붙잡아두지도, 붙잡히지도 않았다.
몇 달의 빈칸을 굳이 세어본 적도 없다.
오래전에 흘려둔 말 하나가
내가 잊은 뒤에도
네게서 멀쩡히 돌아오곤 했다.
우리, 우리는
오랜만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는다.
퍽 다정한 일이었다.
우산을 접어둔 방에서
네 눈가만 늦게 마른날.
나는 가방 지퍼를 끝까지 닫았다가
다시 조금 열어두었다.
네가 고개를 들 때마다
시선 둘 곳을 한 박자씩 놓쳤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이미 그친 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여덟 해를 헤아리다 문득 놀랐다.
어느새 우리 사이에도
아름드리 하나쯤의 그늘이 있었다.
네 이름은
속으로도 한 번 거칠어진 적이 없었다.
너는 오래
아껴 부르는 이름 쪽에 있었다.
말은 대개 먼저 끝났고
너는 그 뒤에 남은 얼굴을 오래 봤다.
나는 네 앞에서
말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들켰다.
어린 네 품은 이상하리만치 포근했어.
말하지 않은 것들도
그 안에서는 오래 숨을 필요가 없었다.
오래 비운 자리에서는
이름부터 거둔다.
의미는 뒤따르고
나는 마음 쓰지 않는다.
네가 아니라면.
창문 없는 방에서도
하늘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