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다

너는 내게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기울였던 몸을 바로 세우는 일.
세계는 네가 바로 서는 쪽으로 정확했고
한 사람의 각도가 달라지는 일에도
계절 같은 것이 생겼다.
먼저 묻던 안부와
조금 늦게 끝나던 저녁,
말보다 오래 머물던 것들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갔다.
너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끝에는 언제나 시작의 증명이 필요했다.
마지막이라 부를 순간도
돌려줄 물건도 없어서
몇 번이나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상실에도 소유의 이력이 필요했다.
가진 적 없는 것을 잃었다고 하면
누가 빈자리를 믿어줄까.
그래서 기억은 오래
증거의 흉내를 냈다.
네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래 나를 화나게 했습니다.
네 쪽에 오래 남겨둔 나를
먼저 데려왔다.
그 자리가 비는 일쯤은
네 평온에도 작은 흠이기를.
우리는 헤어진 적이 없어서
나는 오래 헤어지고 있다.
그때 우리가 없었다는 사실만은
조금 기울어 있기를.
나도 너를 잃은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