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다
두 분이세요.
직원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물컵 두 개를 내려놓았다.
메뉴판에는 2인분부터 주문 가능.
식당은 사람을 세는 데 별로 망설임이 없다.
오랜만에 마주 앉았는데
너는 내가 싫어하는 파를 네 쪽으로 가져갔다.
나는 그게 조금 고마웠다.
네가 아직 먹는 동안
밥알 몇 개를 괜히 천천히 씹었다.
우리는 밥을 먹었다.
거기까지는 틀린 말이 없었다.
네가 먼저 카드를 꺼냈다.
다음엔 내가 살게.
다음은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어
서로에게 다행이었다.
몇 달 뒤 너는 잘 지내냐고 물었다.
잘 지내냐는 말은 대개 화면에서 끝났고
밥은 먹었냐는 말은 이상하게 식탁까지 왔다.
나는 그런 쪽의 안부를 더 좋아한다.
밥은 먹었냐고 묻고
점심에 먹은 순댓국 사진을 보냈다.
숟가락 하나가 사진 귀퉁이에 찍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새 지우개를
칼로 반 잘라 친구에게 준 적이 있다.
반쪽이 되니 모서리는 오히려 많아졌다.
작은 글씨를 지우기에는 그 편이 나았다.
대신 이름을 쓰기에는 자리가 좁았다.
그 친구 이름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지우개 냄새는 난다.
카페에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으니
직원이 영수증 아래를 가리켰다.
비밀번호는 여러 사람이 알아도 닳지 않는다.
너는 내 휴대전화에 숫자를 대신 눌러주었고
나는 한 번 보고 외웠다.
다음 날에는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너는 가끔
오래 만나지 못한 나를 앞에 두고도
우린 여전하다고 말한다.
나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버리다
그 말을 생각했다.
마시지 않아도 우유는 우유였고
상한 뒤에도 한동안 흰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