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

세탁기 안에서 단추 하나가 오래 돌았다.
옷은 이미 꺼냈는데
벽을 치는 소리는 제 할 일을 몰랐다.
빈 통은 몇 번 더 몸을 돌리고
혼자 멎었다.
화분을 치우자 둥근 자리가 남았다.
물을 닦고 흙을 쓸어냈다.
비어 있는 곳이 더 또렷해서
며칠은 그 위를 밟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발이 먼저 지나갔다.
손톱을 짧게 깎았다.
살을 넘지 않는 길이였다.
그 손으로 귤껍질을 벗겼다.
손끝에서는 저녁 내내
시큼한 냄새가 났다.
저녁이 되자 창문에는 내 얼굴만 비쳤다.
식탁 아래 의자를 하나씩 밀어 넣었다.
둘이어서 잠깐 멈췄다.
의자는 원래 두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