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태양이 한 호흡 일찍 네 창가에 노크하고
지친 발걸음으로 귀가하는 안쓰러운 너를
집까지 데려다주고야 저무는
이 즈음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바람이 조금만 날카로워져도
걱정과 동시에 떠오르던 사람아,
유달리 약하던 너의 건강을 걱정하는 일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보아하니,
네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강가를 거니는 지금이 겨울은 아닌 거겠지.
벚꽃을 보면서
끝이 있음을 슬퍼하기보다는
끝을 알기에 아름다우려 노력하는
기특한 꽃이라 이야기하던 사람아,
네가 유독 좋아하던 이 강가 벚꽃나무에
터질 듯 말듯한 분홍빛 꽃봉오리가
아직 보이지 않는 걸 보아하니,
보드라운 네 손을 꼭 쥐던 나의 손이
주머니에 덩그러니 놓인 지금이
봄은 아닌 거겠지.
계절은 어쩌면
너보다는 나를 조금 더 닮았는지도 몰라.
겨울이 끝남은 곧 봄이던 너와는 달리
나는
겨울이 끝나도 바로 봄이지 못하고
겨울을 그리워하는 잠시간의 미련을 가지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즈음을 첫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처음 너의 눈동자를 보고
함께 웃고 울고 춤추며 사랑하다
성숙하지 못한 문법으로 서로를 상처 입히던 칼바람과,
언젠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여
한 사람의 잠든 숨을 가까이 듣게 될 따뜻한 봄바람의
사이 즈음,
그 어딘가.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