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다
혀에서 나온 것치고 너무 말라 있었다.
너는 단어로 찔렀고 나는 소리로 때렸다.
옆 테이블 숟가락 하나가 잔에 부딪혀 맑게 울었다.
금속은 목소리가 커져도 별로 당황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조금 얄미웠다.
돌아오는 길 정육점은 셔터를 반쯤 내렸는데
고기가 없어도 붉은 전구는 붉었다.
어릴 때 혀를 세게 깨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누가 그랬다.
여러 번 깨물어 봤지만 멀쩡했다.
사람은 의외로 입 때문에 잘 죽지 않는다.
그래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광고에는 치아교정 월 6만 9천 원.
고른 것은 대체로 비싸다. 치열도 문장도.
너는 정확한 단어를 골랐고 나는 정확하지 않은 음량으로 대답했다.
집에 와 양말을 벗으니 왼쪽 뒤꿈치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신발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를 쓰다가 네 이름부터 지웠다.
주어가 없어도 문장은 제법 오래 버틴다.
냉장고에서는 달걀 하나가 금이 간 채 굳어 있었고,
흰자가 가느다랗게 새어
껍데기에 투명한 딱지를 만들었다.
손톱으로 떼어내려다 그만뒀다.
나는 요즘 멀쩡한 것까지 자꾸 확인한다.
그날 네가 쓰던 컵,
물에 불은 자국이 가장자리에서 반쯤 지워져 있었다.
수세미를 들었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선 밖으로 나간 공을 아무도 주우러 가지 않던 오후가 생각났다.
종이 치면 어차피 모두 교실로 돌아갔다.
다음 날 비가 온다고 했다.
창밖은 아직 마르고, 네 윗입술 안쪽이 조금 헐어 있었다.
나는 어제보다 작은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고
너는 돌아보지 않는다.
점심에 먹은 미역 한 조각이 그제야 어금니에서 빠졌다.
피 맛이 조금 났다.
오후 네 시쯤에는 양말 한 짝을 뒤집어 신은 것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