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빛이 없는 세상에서
어둠은 어둠이다.
나는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마저
귓가를 위협하는 적막,
수평선 끝까지 이어진 외로움,
누구의 기억에도 닿지 못할 듯한 흐릿함,
그러므로 밤바다였다.
너는 등대
곧게 뻗은 빛줄기,
밤바다를 견디게 하는
함께라는 안도,
내가 여기 있음을
누군가 기억한다는 약속.
그런 이유로
나는 네가 두려웠다.
그리움은
어둠을 지나간 빛 하나가
남겨 둔 자리,
한 번 빛을 품은 어둠이
다시는 처음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틈에서
태어난다.
떠나간 빛이 남긴 자리를
다시 어둠으로 채우는 것은
나름의 배려.
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라 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
가령, 잊었다든가.
빛이 있는 세상에서
어둠은 그저 빛이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