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지구가 태양을 등지면
흐르는 제 핏방울도 닦지 못하면서
나는 뭐가 그리도 마음 쓰이는지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에
기꺼이 나를 허락한다.
지구와 태양이 유난히 멀어진 듯한
이 계절에는 더 그랬던가.
내 작은 공간이
너의 눈동자로 잠기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죽음을 기대해.
숨을 모두 내뱉고
내 폐를 너의 눈물로 채워
타들어가는 고통에 미소 지으며
그렇게 얼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는 살아있을 때,
헤픈 웃음을 방패 삼아
흐르는 내 피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아무도 모르게 감추고 싶다가도
어딘가 높은 곳에 올라
모두가 올려다보는 순간
나신으로 낙화하며
한 번은 울부짖고 싶어져
미칠 것 같거든.
아니면,
다시, 내가,
이 커진 마음이,
흐르는 곳으로,
먼 길을 돌았지만,
다시, 이런 모습이라도,
검은 너의 눈동자 속으로,
목 끝까지 올라온 말들이
끝끝내 발화되지 못하고
유성처럼 아스라지는 이 밤도
아, 결국 너는 곁에 없음으로
나와 함께구나.
따뜻한 사람아,
세상 사람들은 모른다.
빛나는 모든 것들의 열기는
달콤한 눈속임일 뿐이야.
내가 오래 기억한 온기는
어둠에서 났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