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둠이 바로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검은 눈꺼풀 안쪽으로
보지 않으려던 밝음이 떠올랐고,
고개를 돌리면
비어 있는 것들 위로
지나간 빛의 모양이 겹쳤다.
밤은 몇 번이나 깊어졌는데
그 빛은 조금씩 옅어질 뿐
한 번도 곧장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뜬 뒤에도
한동안
어둠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