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

방을 한 번 정리한 뒤
컵을 씻어 엎어두고
의자는 제자리로,
창문은 끝까지.
남은 것은 없다고
믿기 좋은 모양의 방.
불을 끄고 누우면
낮 동안 잠잠하던 것들이
몸 안쪽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말이 되지 못한 채
가슴 한편에 포개지고,
몇 번이나 돌아누운 끝에
이불속으로 몸을 웅크려도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 밤.
불을 끈 뒤에도
방보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 조금씩
자리를 넓혀왔다.
그날부터
잠보다 먼저 오는 것은
어둠.
그리고 어느 밤부터
눈을 감지 않아도
어둠은
내 쪽에서 먼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