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녁이 조금 일찍 내려와
창가에 불 하나가 켜진다.
너는 두 손으로 잔을 감싸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한다.
나는 다 식은 차를
몇 번이고 입에 가져가며
별것 아닌 대목에서 웃는다.
말이 끊기면
잠시 바깥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가고
신호등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우리는 한동안
같은 쪽을 보고 있다.
유리에는
불빛과 우리의 얼굴이
희미하게 겹쳐 있다.
날이 다 저물었는데도
누구도 먼저
불을 끄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